소금 72.5%↓, 유산균 278배↑ ‘웰빙전통장 담북장’이 뜬다
‘담북장’과 사랑에 빠진 경기도 전통장 으뜸이 박금자 명인
유병욱 기자
▲ 경기도 전통장 으뜸이 박금자 명인이 숙성 중인 담북장을 보여주고 있다.    © 안성신문

 

 

웰빙시대 떠오르는 전통장이 있다. 안성지역에서 천년을 살아온 초계정씨 집안 대대로 전승돼 내려온 ‘담북장’이 바로 그 주인공. 담북장은 일반 된장에 비해 유산균은 278배나 많은 반면, 소금은 72.5% 적다.

 

현재 담북장은 초계정씨 내급사공파 32대 며느리인 박금자(74) 명인에게 전수돼 맥을 이어가고 있다. 박금자 명인은 1967년 정씨 집안으로 시집와 시어머니로부터 담북장 등 전통장 담그는 법을 전수받았다. 2003년 전통장 부문 ‘경기도 으뜸이’로 선정된 그는 현재 아들 정용기 씨와 함께 안성시 보개면 신안리에서 ‘신곡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담북장은 장이 떨어지는 봄철 급히 만들어 먹던 속성장이었다. 선조들은 14개월 넘게 걸리는 일반장의 긴 제조기간을 보완하기 위해 담북장을 개발했다. 담북장은 3~14일 간의 숙성기간만 거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팔팔 끓는 가마솥에서 콩이 익어가고 있다.    © 안성신문

 

 

담북장의 제조방법은 간단하다. 메주를 빻은 가루에 간장과 소금, 고춧가루, 물을 넣어 잘 버무린 뒤 숙성시키면 된다. 간장과 소금은 간을 맞추는 정도의 적은 양이 사용된다. 간장과 소금이 적게 들어가는 만큼 담북장의 유통기간은 짧다. 반드시 냉동 또는 냉장 보관을 해야 하는 이유다.

 

1980년대 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담북장이 서술돼 있다. 시의전서는 담북장을 메주를 부숴 말려서 가루를 낸 다음 어레미(곡물가루를 걸러내는 채)로 쳐 따듯한 물과 고춧가루를 버무린 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양반집 조리법이 기술된 《조선요리법》(1939년)에는 메주를 곱게 빻아 물로 반죽하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으로 담북장을 소개한다.

 

▲ 30도 보온에서 발효된 신곡농원 메주.    © 안성신문

 

 

국립한경대학교 식품생물공학과 미생물연구실은 2014년 2월 25일 신곡농원 담북장의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곡농원 담북장에 함유된 나트륨 양은 2.7%로 일반 된장 9.8%보다 적었다. 단백질 등 주요 영양성분은 일반 된장보다 많이 함유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특히 유산균은 일반 된장보다 278.12배 많이 함유하고 있었다.

 

담북장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간장과 메주이다. 박금자 명인은 언제 처음 담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을 담북장 제조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6월 11일 신곡농원에서 만난 박금자 명인은 “대대로 내려온 씨간장이 우리 가문의 담북장 맛의 비밀”이라며, 보물단지 소개하듯이 씨간장 항아리를 보여줬다. 그는 “시집을 온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시어머니와 씨간장 항아리를 닦는 것이었다”며, “목숨처럼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시어머니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메주도 담북장 맛을 좌우한다. 박금자 명인은 국내산 메주콩을 엄선해 가마솥에 6~8시간 푹 삶은 뒤 절구에 빻아 지름 25㎝, 두께 6~8㎝의 원형메주를 만들어 말린다. 이후 표면이 호두껍질처럼 단단해질 정도까지 잘 말린 원형메주 칸 사이마다 볏짚을 깔고 30℃ 보온에서 2개월 정도 발효시키면 속이 검게 발효된 양질의 메주가 완성된다.

 

메주를 띄우고 빻는 일은 신곡농원 대표인 박금자 명인의 아들 정용기 씨의 몫이다. 그는 가마솥, 절구, 새끼줄, 볏짚 등을 이용해 전통방식 그대로 메주를 만든다. 정성스럽게 만든 메주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빻아 하루 정도 물에 불려 담북장 재료를 만드는 일도 정 대표가 도맡아하고 있다. 정용기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장은 정성이라고 배웠다”며, “신곡농원 전통장은 전통방식 그대로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담북장은 메주 가루에 간장, 소금, 고춧가루, 물을 혼합해 만들어진다.      © 안성신문

 

 

담북장은 찌개와 국, 쌈장 등 일반적인 전통장 요리는 물론 샐러드드레싱, 고기양념, 부침개양념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비린내와 고기 잡내를 없애는 데 탁월한 효능을 보여 매운탕, 생선조림, 수육 등에 첨가하면 금상첨화다. 된장 특유의 향이 약해 외국인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담북장은 여럿 퓨전요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박금자 명인이 있는 신곡농원을 방문하면 담북장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명인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다.

 

신곡농원 담북장의 탁월한 맛과 효능은 방송과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퍼져나가고 있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멀리 외지에서 신곡농원을 직접 찾아 담북장을 비롯한 전통장을 사간다. 10년 넘어 이제는 가족 같은 단골들도 많아 신곡농원은 항상 사랑방 같은 분위가 연출되고 있다.

 

박금자 명인을 아는 지인들은 그녀가 전통장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6월 11일 만난 그는 전통장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명인은 “전통장은 알면 알수록 배울게 많고 놀라운 식품”이라며, “전통장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고와야 맛이 있어. 내가 마음이 고와서 우리 장이 맛있나봐” 하며 웃어 보였다.

 

▲ 박금자 명인의 보물 1호인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     © 안성신문

 

 

박금자 명인은 1993년부터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주부교실, 국립한경대학교 마이스터 과정 등에 강사로 초빙돼 담북장 등 전통장 담그는 법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신곡농원은 2008년부터 ㈜한국식품산업기술진흥원, 국립한경대학교 식품생물공학과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통발효식품 품질개선 개발·연구를 공동 진행 중이기도 하다.

 

올해 박금자 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식품명인 선정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녀가 식품명인에 도전하는 이유는 안성 전통장인 담북장의 전통성을 인정받고 싶어서다. 그는 “내가 식품명인에 선정되면 나라에서 담북장을 전통장으로 인정했다는 뜻이지”라며, “꼭 식품명인에 선정돼 안성의 담북장을 전국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곡농원(☎ 031-677-0039).

 

유병욱 기자 asmak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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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14 [18:10]  최종편집: ⓒ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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