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친일은 현재 진행형
윤종군 경기도 정무수석
안성신문

▲   윤종군 경기도 정무수석
 -민족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에 부쳐

 그동안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비롯하여 친일 행적을 추적하고 알리는데 큰 공헌을 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얼마 전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설립에 필자의 선배들이 참여했고, 사무실이 학교 인근이어서 그 역사를 함께 지켜봐 올 수 있었다. 지난 30년을 되돌아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친일 청산이 되었는가 자문해보면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이 오는 3월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려 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었다. 특히 램지어 교수는 공식 직함이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미스비씨 일본 법학 교수’이고, 일본에서 유소년기를 보냈으며, 도쿄대 장학금을 받고,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을 받은 경력이 확인되어 그 파장이 컸다. 
 
 학자적 양심은 온데간데없고, 왜곡된 역사의식을 맹목적으로 보여준 이 논문에 한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2019년에 발표한 다른 논문에서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을 살해한 이유는 조선인이 범죄를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고 그 수 역시 기존 연구에 따른 1만여 명이 아니라,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선 총독부 자료를 인용하였다고 한다. 
 
 특히나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보복조치로 한일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그의 논문은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며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의 일부 극우 세력은 그를 지지한다는 서한을 학술지에 보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일베 유저로 알려진 한 극우 만화가는 자신의 SNS에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하며,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뭘 한 걸까”라며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하여 국민의 공분을 사며 광복회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 만화가는 3.1절에 3.1운동을 “일본한테는 비폭력 운동, 우리끼리는 폭력 운동”이라는 글을 게시하여 페이스북으로부터 정지를 당하기도 하였다.
 
 안성시민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안성은 남한 유일의 3·1운동 실력항쟁지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안성의 선조들은 폭도가 되는 것이다. 독립을 위한 항쟁마저 폄훼하고, 역사의 왜곡을 넘어 독립 운동가를 욕보이는 이러한 사람들이 과연 우리나라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뼈 속까지 친일인 한 미국인 교수의 작태에 분노하기에 앞서 우리 안의 친일을 스스로 걸러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와중에 민족문제연구소 창립 30주년은 의미가 크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최대 업적은 2009년 11월 8일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것이다. 8년의 시간과 각고의 노력으로  전3권 2,882쪽 4,389명의 친일파를 수록한 대사전이 만들어졌다. 수많은 협박과 소송을 감수한 연구소 직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러한 기념비적인 저작은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가 열린우리당 당직자 시절, 친일인명사전 발간 비용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천정배 원내대표를 설득하여 예산 지원을 이끌어 낸 것은 지금도 역사학도로서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있다. 
 
 연구소는 또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개관하여 후대에게 일제 강점기 시기를 증언하고 있다.  친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30년 동안 친일 문제를 환기하고, 역사에 대한 왜곡을 막는 중요한 역할들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 역할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기도는 기존 경기도 노래 작곡자의 친일 행위 논란으로 새로운 경기도 노래를 제작하기도 했고, 안성시도 기존 ‘안성의 노래’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파의 작품이어서 “안성시민의 노래”제정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한 생활 속 친일을 청산하는 노력들이 우리의 정신을 독립시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보복을 오히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기술 독립의 전환점으로 만들어 낸 경제인들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항일의 도시 안성은 누구보다도 항일운동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안성에는 아직 민족문제연구소 지회가 없다. 부디 안성에도 민족문제연구소 지회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선조들이 피와 목숨을 바쳐 저항했던 안성의 저항의 역사가 다시금 왜곡과 모욕으로 점철되지 않도록 안성시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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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17 [17:04]  최종편집: ⓒ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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