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성 기남문화재연구원장
안성신문

 

▲  이동성 기남문화재연구원장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안성, 좋은 자원을 활용하는 권리와 책임은 오로지 지역공동체의 몫

지난 16일 살짝 비가 내리고 그친 오후. 평택시청 앞에 자리 잡은 기남문화재연구원을 찾았다. 이동성 원장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문화원은 각종 보고서’ ‘학술지’ ‘(복원된)유물등 연구자들의 노력의 결과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유물 보관실에 파편을 모아 반듯하게 복원해 놓은 토기들은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의 수준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   발굴유물을 설명하는 이동성 원장  © 안성신문


기남문화재연구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남문화재연구원(평택시 소재) 원장 이동성입니다. 기남문화재연구원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조사·연구·보호·관리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및 문화재청과 협력하여 문화재를 발굴하고 사회·역사·학술적 가치를 부여함으로 우리 민족문화의 창조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언제부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관련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진학에 대해 큰 고민 없이 역사관련학과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를 가게 됐죠. 지금도 관련학과가 많지 않지만 제가 입학할 당시는 고고미술사학과가 막 개설될 때였습니다.

 

 

▲  발굴유물 - 승문토기   ©안성신문

 ▲ 고고미술사학과는 무엇을 배우나요?

혹시 영화 인디아나 존스보셨습니까? 쉽게 말씀드린다면 그 영화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처럼 유물을 발굴하고 조사하는 것이죠. 학문적으로는 역사시대의 다양한 물질문화와 문화변동과정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과정을 배웁니다. 저도 학과를 선택하고 입학 했지만 어떤 것을 배우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나가 발굴하고 조사하면서 점점 흥미를 느꼈고 묻혀있던 유물을 발굴해 역사의 한 부분을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이 들었습니다.

 

안성과 인연이 깊은 걸로 아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선배의 추천으로 2000년도에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전신인 기전문화재연구원에 입사했습니다. 기전문화재연구원에서 안성 공도택지개발지구 유적의 발굴·조사를 맡게 되면서 안성과 인연을 맺게 됐죠. 지금의 만정리유적공원( 공도읍 만정리 785-1)에 저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그 당시 조사할 때 많은 유물과 유적이 발굴 되면서 안성에 대해 관심이 깊어 졌죠.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적이 한 곳에서 발견되었을 때 흥분과 희열은 설명하기 힘듭니다. 특히 안성은 삼남에서 한반도 중심인 한강유역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교통로였기 때문에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까지 다양한 유물과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안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발굴현장은 어디였습니까?

첫 번째로 안성 공도택지개발지구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02년부터 발굴에 참여했는데 안성에서 처음으로 여러 시대 걸친 복합유적의 발굴조사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굴면적도 3만평이나 되었고요. 현재는 발굴당시 중요한 유구들을 만정리유적공원에 옮겨 전시하고 있죠. 그런데 지나간 일이지만 그 당시 경기도시공사에서 안성시에 기념관을 지어주겠다고 했는데 안성시에서 반대했다는군요. 기념관 관리에 필요한 운영예산이 없다는 이유로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겠죠.

두 번째는 2015년 창고를 짓기 위해 발굴조사를 하는 도중 발견된 도기동산성입니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백제가 축조하고 고구려가 한강이남으로 진출했을 때 수리하고 개축하여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어 보고되었고 2016년 국가사적(536)으로 지정됐습니다. 도기동산성은 고구려가 활용한 목책성이 경기 남부에서 최초로 확인된 사례로 고구려의 남진경로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사적입니다. 또한 출토 유물도 고구려, 백제, 가야는 물론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발굴이후 덮어놨던 차광막과 방수포가 4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덮여 있고 그나마도 삭은 상태입니다. 특히 북쪽 성곽은 경사가 가파른 곳이기 때문에 폭우 시 언제 유실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안성시의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도기동의 산성도 중요하지만 도기동일대의 고분군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리 기남문화재연구원과 중앙문화재연구원, 누리문화재연구원 등이 도기동 산 11번지 ~ 18번지를 발굴조사한 결과 다수의 백제시대 토광묘(널무덤)와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분묘 및 주거 유적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다수의 유물이 출토되었고요. 일부 지역에 한정된 조사였기에 조사의 범위는 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SK건설이 계획하고 있는 '안성 스마트코어 폴리스 일반산업단지' 부지가 고분이 발견된 지역과 불과 500m이내 자리잡는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발굴과 조사가 필요한 지역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역사유적의 조사와 발굴, 연구에 방해를 받을까 걱정입니다.

 

 

 

▲   퇴미공원 모조고인돌.  누군가 절도한 고인돌을 대체해 FRP로 제작하여 전시하고 있다.  © 안성신문

안성의 문화재 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비단 안성만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어렵게 발굴된 유적들이 관리가 안 되고 방치되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도기동산성의 방치도 문제지만 업무실책으로 문화재가 분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공도의 KCC스위첸 아파트 뒤편에 퇴미공원이 조성될 때 참여했는데, 그 당시 발견되어 야외에 전시하기로 했던 고인돌이 하룻밤사이에 사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가보지 못했지만 아마 지금도 모조품(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또 만정리유적공원에 복원된 청동기시대 송국리형 집이 당시 고등학생들의 불장난으로 소실된 적도 있고요. 이렇듯 문화재의 관리책임이 있는 기관과 단체가 관리를 소홀히 하여 유실되고 소실되는 경우와 누군가의 개인적 욕심으로 문화유산이 파괴되고 사적 유용되는 일들은 꼭 개선되고 단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재보호법 제92조  © 안성신문



안성시 역사자원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 하십니까?

제가 공도택지개발지구의 조사를 맡고부터 약 18년 동안 안성전역을 돌며 조사활동을 했습니다. 안성시민들은 안성역사유적하면 신라시대 창건한 칠장사와 석남사, 대몽항쟁유적인 죽주산성, 그리고 도기동산성 등을 떠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뭐가 더 있지?’하고 고민하시죠. 하지만 안성은 문화재의 보고라 할 만큼 전시대에 걸친 유적이 산재돼있고 그 물량 또한 엄청납니다. 구석기 시대유적으로는 고삼저수지 부근과 공도일대 용두리, 승두리, 웅교리, 만정리, 반제리, 양기리 유적이 대표적이고 찍개, 긁개, 격지 등의 유물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신석기 시대는 죽산 봉업사지유적에서 빗살무늬토기편과 갈돌이 출토 되었고요. 청동기 유적은 안성전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도 만정리유적에서는 고인돌과 함께 대규모의 취락유적이 발견 되었습니다. 대규모 취락유적은 청동기시대 전기(흔암리형)부터 후기(휴암리형)의 다양한 유형의 주거지가 확인 되어 청동기시대 문화를 연구하는데 가치 높은 사료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는 이루 말할 수 없고요. 이렇듯 안성은 행정단위마다 학술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는 갖고 싶어도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죠. 이웃인 평택과 비교해 봐도 역사문화자원의 양적 차이가 엄청납니다. 이러한 좋은 자원을 활용하는 권리와 책임은 오로지 안성지역공동체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  도기동 산성  왼쪽-발굴당시 도기동산성, 오른쪽-2021년 4월20일 현재 도기동 산성    ©안성신문

마지막으로 역사 문화관련 사업에 있어 안성시에 제언 부탁드립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저마다 문화관광이 미래 안성의 먹거리다면서 막상 당선되고 나면 기업단지등을 유치하는데 열성을 보입니다. 단기의 치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으로 안성을 명품도시로 성장시키려면 역사문화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학술조사와 보존정비에 대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고요. 제가 알기론 안성시에 학예사가 네 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모두 경험과 학술적 지식이 뛰어난 분들이죠. 그런데 그 역량이 대단한 분들이 제대로 일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담 팀이 있다하더라도 행정직 공무원들이 팀장을 맡고 있어 2년의 임기를 채우고 다른 부서로 옮기면 사업의 맥이 끊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러한 체제에서 도기동 산성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웃인 평택은 현재 고덕지구에 종합박물관을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규모로는 경기도에서 최고로 크게 지을 예정이라더군요. 이미 부지도 마련 됐고 팀장부터 과장까지 배정하여 조직도 완성했답니다. 그리고 평택은 문화원도 원장 외에 계약직 포함해서 10명이 일을 하고 있고 별도의 학술지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평택에 비하면 역사자원이 풍부한 안성의 노력이 아쉽기만 합니다. 지금껏 안성에서 발굴된 유물은 대부분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공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전시관이 아닌 창고에 보관중이죠. 그 유물들이 다시 안성으로 돌아와 지역 문화재로 세상에 소개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아주 큰 박물관이 필요하겠죠. 안성시의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이택희 기자 taiki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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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28 [17:10]  최종편집: ⓒ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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