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기고문을 통해 안성문화의 특징을 선사시대 문화유적의 대표지역, 성곽의 도시, 사찰문화의 중심이자 미륵의 고장, 무형문화재의 보고, 조선시대 관아유적의 도시, 천주교를 대표하는 유적지, 문학의 고장 등으로 요약하였다. 오늘은 이 중에서 도기동 산성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안성 도기동 산성은 2015년 9월 기남문화재연구원이 실시한 도기동 산 51-5번지 일원 창고부지 발굴조사를 계기로 알려졌다. 그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1년만인 2016년 10월에 전격적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36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안성천 바로 옆에 매우 중요한 유적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셈이다. 산성에서는 토성과 이중 목책구멍이 확인되었으며, 성벽 내에서 출토된 토기와 목책의 연대측정 결과 토성은 한성백제기에 축조되었고 고구려가 남진할 때 이곳을 빼앗아 목책성을 새롭게 축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구려가 활용한 목책성이 경기 남부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된 것으로, 한강 이남 지역에서의 고구려 영역확장과 남진경로를 살펴볼 수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 특히 『삼국사기』에 전해져오는 안성의 고구려 지명 내혜홀, 양성의 사복홀, 죽산의 개차산군 등과 연관시켜 볼 때 그 기록의 신빙성을 증명해주는 실물유적인 것이다. 더하여 목책구조가 잘 남아있어 고대 성곽연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문화유적이다.
그동안 고구려 유적은 성곽과 보루 등이 임진강과 한강유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고구려가 남진하여 아산만과 포항을 잇는 계선을 차지하였다는 역사적 기록을 뒷받침해주는 경기남부와 충청도 지역의 유적은 흔치 않았다.
고구려 역사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변은 370년대 전반기에 있은 중국의 유주진출과 그에 뒤따른 고조선 옛 땅의 완전수복이었다. 서북방 정세가 점차 완화되어감에 따라 고구려는 자기의 주공방향을 남쪽으로 돌리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 백제가 급속히 강화되어 고구려에 대항해 나서게 되자 백제를 견제하는 것이 절박한 과업으로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고구려는 370년대 초 이후 삼국통일을 위한 남방진출을 기본정책으로 세우고 이 사업에 집중하였다.
고구려의 남방진출과 세력확장은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부터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갔다. 그 과정이 광개토왕릉비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광개토왕 시기 고구려의 세력확장의 주되는 방향은 남방진출이었으며 그와 병행하여 북쪽 방면에로의 진출도 있었다.
이처럼 4세기 말 ~ 5세기 초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고 당시의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강대한 나라였다. 고구려 사람들이 창조한 많은 민족문화 유산 가운데서 산성은 특별히 주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고구려는 전국 각지에 산성을 쌓아 고구려성의 총수는 250여 개의 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도기동 산성은 금년 종합정비계획수립 용역이 완료되면 정밀발굴조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이를 기초로 산성의 구조, 시기, 성격 등이 더 자세히 규명될 것이다. 금년에 국비 지원을 위해 노력한 결과 문화재청으로부터 긴급발굴비 1억원이 확정되었다. 아울러 도기동 산성 남쪽에 위치한 고분군에 대한 정밀지표조사와 발굴이 시급하며 보존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고분군은 도기동 산성의 능선에 접한 곳이며 그동안의 발굴조사 결과 청동기시대 주거지, 삼국시대 토광묘, 석관묘, 주거지 등이 확인되었고, 그 유적 범위가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유적을 잘 보존 활용하는 사업은 통일 이후 북한과 만주 그리고 남한으로 흩어져있는 고구려 유적의 통합적 연구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도기동 산성을 자연친화적으로 공원화하여 보존을 꾀하는 한편 시민들의 휴식지로 활용해야 한다.
한편 이 지역에 시대별 분야별로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을 갖추고 있는 안성의 선사시대부터 근현대를 아우르는 안성종합박물관(가칭)의 설립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역사자원을 활용하여 역사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일은 우리 안성의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할 것이다. 안성 중심부에 위치한 도기동 산성을 중심으로 백제와 고구려유적을 특화시키고 안성의 종합역사를 보여주는 ‘문화복합단지’ 조성을 고민해볼 만하다.